[한경에세이] 국가 경쟁력을 위한 '워라밸'

입력 2017-08-02 18:41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카카오, 엔씨소프트, 안랩 등이 밀집한 경기 판교테크노밸리는 어둠이 짙게 깔려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근무 인원의 70% 이상이 20~30대인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열정과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밤늦도록 일과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에 설렌다. 한편으로는 가장 창의적이고 유연해야 할 ICT 일꾼들이 야근으로 피폐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국내 100개 기업 근로자 4만951명을 조사해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평균 수준인 주 2~3일 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업무 생산성은 57%이지만, 주 5일 야근을 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은 45%에 불과했다. 3일 이상 야근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43.1%에 이른다고 하니 야근하는 기업 문화가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요즘 20~40대 젊은 직장인이 꼽는 좋은 직장의 조건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고 한다. 작년 말 한 취업 포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연봉 높고, 야근 잦은 기업’을 선호하는 구직자는 11.8%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65.5%는 ‘연봉 중간, 야근 적은 기업’을 선택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개인 생활을 희생하던 전 세대와는 매우 다르다. 그들은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문화를 젊은이들의 가치관 차이로만 보기엔 우리 산업 환경이 너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성실히 오래 일하는 직원보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독창적인 아이템을 기획해내는 직원이다. 이런 인재는 적절한 휴식과 여가활동, 끊임없는 자기계발 없이는 길러질 수 없다.

최근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직원의 워라밸을 높여주려는 기업의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하니 다행스럽다. 필자의 회사도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 퇴근을 의무화하고, 금요일 오후를 자기계발 시간으로 할애했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이나 연차를 쓸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과 삶의 균형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기업은 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 또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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